제주도 매력에 빠져 5개월을 살게 된 이야기#4, 법환동에서 빠져든 야엔낚시의 매력

 

법환동 펜션에서 한 달이 지나고 어느새 1월이 되었다.

우리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펜션 주인아주머니께 말했다.

"아주머니, 저희 2월까지 더 있을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내가 나를 째려본다.

왜냐고?

아내는 1월 말이면 서울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2월 말까지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낚시나 실컷 해야지.'

혼자 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씩씩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나 혼자 잘 있을 수 있어."

물론 아내의 표정은 전혀 안심한 표정이 아니었다.


법환동에서 살기 좋은 이유, 생활 인프라가 가까운 서귀포

법환동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주변 상권이 나온다.

대형마트, 병원, 음식점, 카페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모두 모여 있어 제주 한달살이를 하기에 상당히 편리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자주 찾았던 곳은 빵집이었다.

특히 좋아했던 곳은 시스터필드의 파운드케이크였다.

종류별로 거의 다 먹어봤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오드랑베이커리도 좋아했지만, 함덕에 있어 서귀포로 내려온 이후에는 자주 가지 못했다.

제주 한달살이를 해보니 풍경도 중요하지만 생활 편의시설과 맛집이 가까운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위미항에서 시작된 야엔낚시

위미항은 내 낚시 인생에서 특별한 장소다.

무늬오징어를 잡겠다고 처음으로 전갱이 잡는 법을 배운 곳이 바로 여기였다.

이곳에서 제주 현지인 동생을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생미끼 야엔낚시를 배웠다.

그때부터 전갱이를 잡기 위해 제주도의 항구란 항구는 거의 다 돌아다녔다.

그렇게 수많은 포인트를 다녀봤지만 당시에는 서귀포항이 가장 안정적으로 전갱이가 잘 붙는 곳이었다.


제주도 전갱이 서식지와 특징

제주에는 수많은 항구가 있지만 모든 곳에서 전갱이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전갱이는 계절, 수온, 조류, 물때에 따라 조과지역편차가 크다.

그래서 같은 항구라도 어떤 날은 수백 마리가 붙고, 어떤 날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전갱이
전갱이살림통과 기포기조합

전갱이가 좋아하는 환경

  • 항구 및 방파제 주변

  • 가로등이나 집어등이 있는 곳

  • 수심 3~10m 내외

  • 조류가 적당히 흐르는 내항

  • 플랑크톤이 모이는 지역

  • 야간 불빛 주변

특히 밤에는 불빛에 모이는 작은 베이트피시를 따라 전갱이도 들어오기 때문에 라이트게임 대상어로 인기가 높다.

제주도 주요 전갱이 포인트

동부권

  • 세화항

  • 김녕항

  • 함덕항

  • 신촌포구

동부권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전갱이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서귀포권

  • 서귀포항

  • 강정항

  • 대포포구

  • 위미항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전갱이 확보를 위해 자주 찾는 곳들이다.

북부권

  • 제주항

  • 한림항

  • 애월항

최근에는 기후 변화 때문인지 전갱이의 분포가 예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1월부터 4월 사이에는 서귀포 남부권에서 전갱이 조황이 크게 줄었고, 오히려 애월항과 세화항,한림항에서 꾸준한 조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야엔낚시의 가장 큰 숙제, 전갱이 확보

제주 한달살이 동안 위미항에서 야엔낚시를 배우고 난 뒤 나는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문제는 야엔낚시를 하려면 살아있는 전갱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매일 전갱이를 잡으러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었다.

당시에는 전갱이를 잡기 위해 매일 항구를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살림통을 만들어 항구구석 바닷물속에 보관해 두고 이틀에서 사흘에 한 번씩 전갱이를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니 훨씬 편해졌다.


생미끼 야엔낚시가 주는 짜릿함

무늬오징어와 낚시도구들
무늬오징어와 낚시도구들

생미끼 야엔낚시의 매력은 에깅과는 전혀 다르다.

살아있는 전갱이가 물속을 돌아다니다 무늬오징어의 공격을 받는 순간.

낚싯줄에 전달되는 미세한 변화.

무늬오징어가 전갱이를 먹는 동안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 가는 긴장감.

그리고 야엔 바늘을 투입하는 순간의 떨림.

마지막으로 무늬오징어가 원줄을 끌고 갈 때 울려 퍼지는 드랙 소리.

그 짜릿함은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경험해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야엔낚시에 빠지는지 알 수 있다.


야엔낚시와 함께한 제주 겨울밤

생미끼 야엔낚시는 에깅보다 여유로운 부분도 있다.

전갱이를 걸어두고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함께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뿔소라를 구워 먹고, 라면을 끓여 먹고, 군밤도 구워 먹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캠핑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제주 겨울 바람은 정말 강했다.

차박 텐트까지 구입해서 버텨봤지만 바람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결국 가장 따뜻한 방법은 차 안에서 귤을 까먹으며 입질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제주 겨울 하면 역시 귤

우리 집 아내는 귤을 정말 좋아한다.

겨울만 되면 하루 종일 귤을 먹는다.

귤,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제주에서 먹을 수 있는 감귤류는 종류별로 거의 다 먹어본 것 같다.

법환동 근처 귤 가게에서 직접 사 먹기도 하고 서울과 충주에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종류별로 다 맛봤지만 내 입맛에는 역시 한라봉이 최고였다.


"여보, 나중에 서귀포 와서 살자"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제주가 너무 좋아."

"특히 서귀포는 겨울에도 따뜻해서 좋네."

"상추도 겨울 내내 안 얼어 죽잖아."

그리고 잠시 뒤 이어진 한마디.

"우리 나이 들면 서귀포 와서 살자."

"그러니까 땅 조금만 사두면 안 될까?"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아내는 제주살이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서귀포 이중섭거리의 매력

이중섭거리도 자주 찾았던 장소 중 하나다.

아기자기한 소품점과 카페가 많아 천천히 걷기 좋다.

특히 이중섭미술관과 화가 이중섭의 거주지를 둘러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명작을 남긴 예술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한달살이, 어느새 네 번째 달

법환동에서의 겨울은 낚시와 시장, 귤과 바람, 그리고 아내와의 소소한 대화로 채워졌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관광지보다도 평범한 일상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제주 한달살이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네 달째.

그리고 우리의 제주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