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살이 후 결국 집을 샀습니다, 보목동 14평 세컨하우스 이야기
제주에 작은 집 하나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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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목빌라 |
처음부터 제주에 집을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 달만 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코로나로 계획했던 유럽여행이 무산되면서 대신 떠난 제주 한달살이. 그렇게 시작된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육지로 돌아온 뒤에도 이상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귀포가 떠올랐고, 퇴근길에는 제주 바다가 생각났다. 무늬오징어를 노리며 방파제에 서 있던 시간, 전갱이를 잡아 활어통에 넣어두고 입질을 기다리던 순간들, 해장하러 들르던 식당까지 하나하나 그리워졌다. 사람들은 제주살이를 다녀오면 제주병에 걸린다고 한다.
웃으며 넘겼지만 내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군 전역 후에는 중장비 기사로 전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었기에 부동산은 늘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충주에 정착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경매 강의를 듣고 직접 입찰도 해보면서 부동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법률 지식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결국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했다. 1년 반 정도 공부한 끝에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도 중장비 기사와 공인중개사를 함께 하고 있다.
제주 부동산을 찾아 헤매다
제주에 대한 미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세컨하우스를 하나 마련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토지를 사서 작은 집을 지어볼 생각이었다. 제주지방법원 경매 물건도 꾸준히 찾아보고 괜찮은 토지는 직접 임장도 다녔다.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좋아 보이는 물건은 경쟁도 치열했다. 몇 만원 차이로 낙찰을 놓친 적도 있었고, 서류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토지가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건축을 검토하던 토지가 있었다. 지적도상으로는 도로와 접해 있었지만 실제로는 작은 필지가 사이에 끼어 있었다. 건축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분쟁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 일을 겪고 다시 한번 느꼈다.
부동산은 서류보다 현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운명처럼 만난 보목동 빌라
시간은 어느새 1년 넘게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보목동의 작은 빌라가 매물로 나왔다.
보목동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동네였다. 한달살이를 하며 여러 번 오갔던 곳이었고 입지의 장점도 알고 있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건 놓치면 안 되겠다."
중개사와 통화한 뒤 30분도 채 되지 않아 가계약금을 송금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제주에 나만의 공간이 생긴 순간이었다.
크지는 않아도 충분한 집. 빌라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벽지도 바꿔야 했고 바닥도 손을 봐야 했다. 욕실과 주방 역시 손길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직접 수리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목빌라 수리를 진행해갈 무렵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었다.다행히 건축자재와 인건비가 급등하기 직전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수리비 부담이 훨씬 커졌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운도 많이 따랐다.
불과 3~4 개월 뒤에 진행된 빌라 수리는 30퍼센트 이상 원가 인상이 불가피 했다.
제주를 만난 뒤 달라진 것
예전에는 집이 크고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14평짜리 빌라일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언제든 제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유이자 쉼표 같은 공간이다.
제주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은 분명 달라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보목동의 작은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제주를 붙잡아 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집이 생긴 뒤부터 제주는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게 되었다.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면 숙소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예약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집으로 가면 됐다.육지에서 제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서의 시간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도 좋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기분이 좋았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콧노래가 나오는 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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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오징어 |
느즈막히 일어나면 전날 마신 소주가 내속을 괴롭힌다.
그러나 특효약이 있다.시간 맞추어서 신미네로 향한다.어려서 자주먹던 빨간소세지 부침이 나오는 동태찌개는 배부름과 행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서귀포 오실일이 있다면 “신미네”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육지에서 가지고 다니던 낚시장비도 거의 제주로 가져왔다.
보일러실 조그만 공간을 낚시도구 보관장소로 사용하며 이것저것 더 사모으고 무늬오징어 낚시,한치낚시 이 두가지에 진심을 담았다.누구의 잔소리가 생각난다.
내 집이 있으니 왜 이렇게도 여유로운지 그저 반찬 한두가지에 밥을 해먹어도 편하고 낚시를 하러 갈때는 한 개도 급한 것이 없었다. 올해는 무늬오징어 30여 마리를 낚았고, 3kg급 무늬오징어도 품에 안았다.나에게는 꽤 기억에 남을 기록이다.
그리고 이제는 한치 시즌이 시작된다.사실 벌써부터 마음은 바다에 가 있다.
어떤 날은 몇 마리나 올라올지, 어느 포인트가 좋을지, 어떤 채비를 준비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마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보목동 작은 집 이야기뿐 아니라 무늬오징어와 한치낚시 이야기들도 자주 올라오게 될 것 같다.
제주에 집 하나 생겼을 뿐인데 삶의 즐거움도 하나 더 생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