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매력에 빠져 5개월을 살게 된 이야기 1/5 (제주에깅,뜻밖의 손님고기,무늬오징어 낚시의 매력)
제주에깅
2020년 가을, 원래 계획은 유럽 여행이었다.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아내와 함께 떠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모든 계획이 취소됐다. 아쉬움이 컸지만 가만히 있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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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산 광어 |
그렇게 선택한 곳이 제주도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 달 정도 쉬다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5개월을 제주에 머물게 됐고, 그 중심에는 무늬오징어 낚시가 있었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낚시생활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차를 배에 싣고 제주로 향했다.
제주항에 도착한 뒤 협재와 해안도로를 둘러보다가 월정리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창문을 열면 행원포구가 보이는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무늬오징어 낚시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인터넷에서는 가을 시즌 제주 무늬오징어 조황 소식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나 역시 에깅 장비를 챙겨 매일같이 포구와 갯바위를 찾아다녔다.
무늬오징어 대신 찾아온 뜻밖의 손님
처음부터 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캐스팅을 반복했지만 예상과 달리 문어가 올라왔다. 그것도 숙소 앞 포구에서 두 마리나 낚았다.
뜻밖의 손님고기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행원포구에서 야엔낚시를 하던 중 강한 입질이 들어왔는데, 올라온 것은 무늬오징어가 아닌 5짜 광어였다.
전갱이를 물고 올라온 광어를 보며 제주 바다의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광어는 잡았지만 2만원짜리 야엔바늘은 바다에 수장시켰다.야엔낚시는 차후에 소개하겠다.
직접 손질해 먹었던 광어회 맛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무늬오징어를 찾아 서귀포로
시간이 지날수록 조황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서귀포 위미항 일대에서 좋은 조과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월정리에서 출조를 다니다 보니 이동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결국 숙소를 옮기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거점은 서귀포였다.
남쪽 바다는 북동부 해안보다 수온이 안정적이었고, 바람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무늬오징어 포인트 접근성이 훨씬 좋았다.
이후 나의 하루는 단순했다.
오후부터 미끼로 쓸 전갱이 낚시를 하고, 해질무렵부터는 무늬오징어를 만나기위해 집중했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관광이 아니라 거의 무늬오징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늬오징어(흰꼴뚜기)는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연안성 두족류다. 수온이 18~28℃ 정도인 해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많이 서식한다.
무늬오징어 낚시의 매력
1. 해초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무늬오징어는 해초밭이나 잘피 군락 주변에 자주 머문다. 산란기에는 해초에 알을 붙여 번식하기 때문에 해초가 잘 발달한 곳이 핵심 포인트가 된다.
낚시인들이 여밭이나 잘피밭 주변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암반지대와 포구 주변에 많다
무늬오징어는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사냥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풍부한 암반지대, 방파제, 갯바위 주변을 선호한다. 특히 조류가 적당히 흐르는 포구 입구나 콧부리 지형은 대표적인 포인트다.
제주의 행원포구, 위미항 같은 곳이 에깅 포인트로 유명한 이유도 이런 환경 때문이다.
3. 맑은 물을 선호한다
갑오징어가 비교적 탁한 바닥을 좋아하는 반면, 무늬오징어는 시각을 이용해 사냥하기 때문에 물색이 맑은 곳을 선호한다.
비가 많이 온 직후보다 물색이 안정된 날 조황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4. 새벽과 해질 무렵에 활성이 높다
무늬오징어는 낮에도 낚이지만 일출 전후와 일몰 전후에 먹이 활동이 활발해진다. 밤에는 가로등이나 집어등 주변의 베이트피시를 따라 접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에깅 마니아들은 흔히 '매직아워'라고 부르는 해 뜨기 전 1시간, 해 지기 전 1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5. 계절에 따라 서식 위치가 달라진다
봄 :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접근
여름 : 산란 후 회복기
가을 : 어린 개체가 성장하며 활발하게 먹이 활동
겨울 : 수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깊은 곳으로 이동
낚시인들이 가을 에깅 시즌을 기다리는 이유도 마릿수 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주에서 장기간 머물며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언제든 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육지에서는 주말을 기다려야 하지만 제주에서는 바람과 물때만 맞으면 바로 포인트로 향할 수 있다.
또한 지역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포인트가 존재한다.
행원포구, 세화, 종달리, 위미, 법환 등 각 포인트마다 특색이 달라 새로운 곳을 탐색하는 재미도 크다.
한 달만 살아보려 했던 제주 생활이 결국 5개월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무늬오징어 한 마리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바다로 향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제주에서의 5개월은 단순한 장기 여행이 아니었다.
무늬오징어를 쫓아 포인트를 옮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바다의 변화를 관찰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한 달만 머물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무늬오징어 한 마리가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제주에서 보낸 그 시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서귀포 생활과 위미항 출조 이야기, 그리고 실제 무늬오징어 조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