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항 하얀등대에서 만난 한치 7마리(제주로향한 휴가길,태풍 영향 며칠간 계속된 헛탕, 한치 7마리)
제주로향한 휴가길
지인들과 휴가 일정을 맞춰 이번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 7월 3일, 지인들은 남해항에서 배를 타고 넘어오고 나는 청주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제주에 도착한 셈인데, 이런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배로 가는 사람, 비행기로 가는 사람이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서귀포 보목빌라에 다 같이 모여서 올레시장에서 사온 회와 한라산 소주로 그날 하루의 여행 피로를 풀었다. 며칠 동안 함께 제주를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나는 혼자 한치 낚시 탐사를 나섰다. 매번 여행 후반부가 되면 지인들과의 일정과는 별개로, 나만의 낚시 시간을 꼭 챙기게 된다. 다 같이 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 포인트를 찾아다니는 이 시간이 은근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곤 한다.
포인트 탐사, 신통치 않았던 첫날
제주시 동쪽 신촌포구부터 포인트를 훑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화북포구에서 한 마리, 한림 쪽 수원리에서 한 마리, 그리고 대상어종은 아니지만 무늬오징어 두 마리를 건졌다.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포인트를 옮겨 다니며 캐스팅을 반복하다 보면, 몸은 피곤해도 다음 포인트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커진다.
태풍 영향, 며칠간 계속된 헛탕
그 후 며칠은 먼바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거세지고, 서귀포 쪽은 거친 파도와 비로 낚시 자체가 불가능한 날씨가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제주시 쪽으로 계속 포인트를 옮겨가며 탐사를 이어갔다.
연대포구도 가보고, 해수풀학교 포인트, 용운동 포인트, 용포리포구까지 훑었지만 조과는 역시 꽝이었다. 애월항에서도 모래바람을 맞으며 캐스팅을 반복해봤지만, 한치는 좀처럼 나와주질 않았다. 포인트를 계속 옮기고, 캐스팅을 반복하고, 그러다 또 자리를 옮기고. 태풍 영향권 아래서 며칠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낚시라는 게 원래 기다림의 연속이라지만, 이렇게 여러 포인트를 전전하면서도 입질 한 번 못 받는 날들이 이어지면 슬슬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애월항에서 그나마 조금씩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이어져 며칠 뒤인 7월 14일, 결국 제대로 된 손맛을 보게 된다.
7월 14일, 강풍 속에서 만난 대박
그날은 바람이 계속 남서풍으로 강하게 불었다. 서귀포 지인 정사장님이 애월에서 전갱이 낚시 중이라 함께하다가, 그분은 서귀포로 돌아가시고 나는 애월항 하얀등대 방파제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비교적 낮은 수심부터 시작되는 포인트라 채비 걸림을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남서풍이 캐스팅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 멀리까지 캐스팅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꽝만 보다가 맞은 조건이라, 이번엔 뭔가 다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녁 8시경 첫 캐스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치 한 마리가 올라왔다. 그런데 방파제가 꺾인 곳에서 30미터쯤 앞 지점에서 찌가 자꾸만 들락날락하는 게 보였다. 입질인가 싶어 당겨봐도 헛방이었다. 아마 그 아래 수초가 있는 모양이었다.
한치 7마리
9시경부터 그 지점에서 한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 세 마리… 11시경까지 총 7마리의 한치가 올라와 주었다. 찌가 살짝 들어가거나, 아래 집어등과 찌가 반대로 움직일 때 챔질을 해보면 어김없이 한치가 물려 있었다. 이 타이밍을 잡는 게 한치 낚시의 재미이자 어려움인 것 같다. 며칠간의 헛탕을 생각하면 이 7마리가 유독 값지게 느껴졌다.
강풍이 오히려 도움이 된 날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태풍 영향으로 며칠을 고전했던 만큼, 강풍 속에서도 바람 방향에 맞게 포인트를 잘 잡은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옆에서 낚시하시던 조사님은 한 마리도 못 잡으셔서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기분 좋게 보목으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를 떴다. 회초밥과 회덮밥, 그리고 소주 한 잔으로 그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며칠간의 헛탕 끝에 얻은 손맛과, 그날 저녁 직접 뜬 한치회 한 점. 이래서 한치철마다 제주로 향하게 되는 것 같다. 낚시 결과가 늘 좋을 수는 없지만, 가끔 이런 날이 있어서 다음 시즌도 또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