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제주도 부동산(강의실에서 만난 제주,급변하는 제주,첨단산업의 제주)
강의실에서 만난 제주
그때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이 들려주신 제주도 매물 경매 성공 사례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전까지 제주도는 그저 여행을 떠올릴 때나 쓰는 단어였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언젠가 머물고 싶은 장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오늘도 이렇게 제주 부동산 얘기를 쓰고 있다.
부동산의 흐름은 인생을 닮았다
오랫동안 제주라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니 이제는 그 변화의 결이 좀 보이는 것 같다. 부동산의 흐름을 공부하다 보면 우리 인생과 참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 걸음마처럼 천천히 시작했다가, 젊은이의 열정처럼 불같이 오르기도 하고, 또 서서히 사그라들기도 한다.
다만 사람 인생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결국 결과로 남지만, 부동산은 성공과 실패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내가 떠나도 다음 세대에게 남아서 늘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제주도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로 그 흐름을 따라가 보면 정말 드라마틱하다.
2009년, 3.3㎡당 700만원도 논란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급변하는 제주부동산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는데, 2009년 제주시 이도지구의 한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702만원이었을 때 "저 가격에 팔릴까"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헐값이다. 그런데 이게 불과 몇 년 사이 완전히 뒤집혔다.
2014년 노형동 대단지 아파트 거래가가 처음으로 3.3㎡당 1000만원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제2공항 후보지 발표, 국제학교 개교, 제주살이 열풍까지 겹치면서 그해 제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국 1위(13.77%)를 기록했다.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1년만 해도 순유출이었던 인구가 2012년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서더니, 2016년에는 한 해에만 1만4632명이 순유입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 흐름은 계속돼서 2019~2021년 사이 외지인의 제주 아파트 매입 건수가 2년 만에 2배 넘게 늘었고, 결국 2023년에는 제주시 연동에서 전용 85㎡(국민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11억7980만원, 3.3㎡당 3470만원). 그해 말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74만원으로, 서울을 뺀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46개월 연속 하락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오른 만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제주 주택 매매가격은 2022년 8월부터 지금까지 3년 10개월, 그러니까 46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5월까지 누계로 0.71% 떨어져서 광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고, 아파트만 놓고 보면 0.86% 내렸다.
7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올해 누계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이 전국에서 제주가 1위라는 통계도 나왔다. 입주율도 58.5%로 전국 평균(71.2%)을 크게 밑돌며 전국 최저 수준이고, 청약 성적도 처참하다. 올해 2월 표선에서 분양한 50세대 단지는 1·2순위 청약에 단 한 명도 접수하지 않았고, 5월 조천 분양(49세대)도 12명만 접수해 미달됐다.
🍊실제 급매·공매 사례 두 가지
숫자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실제 사례를 보면 훨씬 와닿는다.
① 제주시 애월읍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 8억9110만원이었던 이 단지는, 전체 425세대 중 실제 분양된 건 딱 1세대뿐이었다. 결국 신탁사가 나머지 물량을 4006억원에 통매각하려고 공매에 부쳤는데, 응찰자가 없어서 공매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② 제주시 한경면 '한일베라체 인비디아' 영어교육도시 접근성을 내세워 전용 88.5㎡ 기준 최고 8억4050만원(A타입 7억1380만원)에 분양했던 단지인데,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서 같은 타입 33평형에 마이너스피 5500만원이 붙은 급매물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분양은 168세대 중 4세대에 그쳤고, 결국 신탁사가 나머지 164세대를 1074억원(세대당 평균 6억5507만원)에 공매로 내놨다. 4회 유찰되면 최저 입찰가가 704억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두 단지 모두 애월읍·한경면에 있는데, 이 두 지역이 현재 제주시 미분양 물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애월은 신제주와 가깝다는 이유로, 한경면은 영어교육도시 인근 대체지로 개발이 몰렸는데, 결국 시세보다 높았던 분양가와 실생활 접근성 문제가 발목을 잡은 케이스들이다.
첨단산업의 제주
지금 이 순간 제주도 부동산은 아파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제주가 화산처럼 힘을 비축하고 있고, 언젠가 다시 젊은이의 열정처럼 뜨거워질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감귤과 관광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산업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제주도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가 AI 열풍인 지금, 제주도 역시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를 겪고 있다. IT 기업 같은 첨단산업 일자리가 앞으로 제주도를 변화시킬 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밑그림은 이미 조금씩 그려지고 있다. 제주시 월평동 일대에 조성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첨단1단지)에는 카카오, 제주반도체, 이스트소프트, 한국BMI 등 정보통신(IT)·생명공학(BT) 기업 200여 곳이 입주해서 3000명 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고, 매출 규모도 6조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국제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첨단2단지가 추가로 조성 중인데, 총사업비 약 3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가 기업 유치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인프라와 편의시설, 기업 육성 펀드 같은 유인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단순히 부지만 내주는 수준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제주도정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도 우주기업, 도심항공교통(UAM), 그린수소, IT산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UAM 서비스 쇼케이스나 전국 최대 규모의 드론특구 조성 같은 신산업 움직임들도 결국 이런 큰 그림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물론 아직은 투자진흥지구의 상당 부분이 관광산업 위주라 첨단산업 비중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향성 자체는 분명 감귤·관광 중심의 1차·3차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쪽으로 잡혀 있다.
지금의 제주도 부동산 침체도 이런 산업 구조의 변화를 지나면서, 결국 다시 활황기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첨단산업이 자리를 잡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 수요는 결국 다시 주거와 부동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강의실에서 처음 제주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 섬의 변화를 지켜보려 한다.
